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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변의 무코리타(2023) 후기/인생이 망한 거 같을 때/포기하고 싶을 때 /사람과 사람의 연결/ 반복되는 무의미한 삶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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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변의 무코리타(2023) 후기/인생이 망한 거 같을 때/포기하고 싶을 때 /사람과 사람의 연결/ 반복되는 무의미한 삶

서민 2025. 9. 24. 23:18

 

오늘은 힘든 시기 나를 조금 더 버티게 해준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 의 후기를 써보고자 한다. 

이 글은 영화의 일부 상세한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으며 해당 부분에 대한 나의 생각을 함께 적었다.

글을 읽으면서 영화를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영화를 본 후 다시 이 글을 찾아와 의견을 나누어주면 좋을 것 같다.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소개

강변의 무코리타는 2023년에 개봉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작품이다. 

나는 이 감독의 영화를 이 영화로 처음 접했지만, 이 감독은 영화 카모메 식당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여담이지만 강변의 무코리타를 보고 나서 카모메 식당도 찾아봤는데 역시나 내 취향에 맞았다. 

감독과 나란히 앉아 몇시간 동안 같은 곳을 바라본 기분이라 행복했다.

 

*2025년 기준 TVING, 쿠팡플레이, 왓챠 스트리밍 가능

 

줄거리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삶을 위해 작은 어촌 마을 공장에 취직한 ‘야마다’는 공장 사장의 소개로 낡고 오래 된 ‘무코리타 연립주택’에 입주한다. 그곳에는 남편을 잃고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집 주인 ‘미나미’ 남의 집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가는 옆집 이웃 ‘시마다’ 아들과 묘석을 방문 판매하는 ‘미조구치’가 살고 있다. 어느 날, ‘야마다’는 인연을 끊고 살았던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접하게 되고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에 혼란스러워 한다.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무코리타 연립주택’ 사람들 가족도 친구도 아니지만 함께라서 외롭지 않아.
- 네이버 영화소개 -

 

주요 인물:

야마다 타케시 : 어촌 마을에 오게 되어 공장에 취직하고 사장 소개로 무코리타 연립주택에 입주하게 되는 주인공

시마다 코조 : 야마다의 이웃

미나미 시오리: 남편과 사별하고 딸과 함께 사는 연립주택 집주인

미조구치 켄이치: 아들과 함께 묘석을 방문판매하는 인물

 

 

 

 

***영화 내용의 일부가 상세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

[사람과 사람의 연결]

영화는 주인공 야마다가 작은 어촌 마을에 오징어 젓갈 공장에 취직하고 공장 사장의 소개로 무코리타 연립 주택에 입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야마다가 입주한 날 쿵쿵 문을 두드리며 누군가가 찾아오는데 그는 바로 옆집 이웃 시마다였다. 시마다는 인사와 함께 다짜고짜 욕실을 빌려달라고 한다. 온수기가 고장나 사흘째 목욕하지 못했다며 무작정 들어오려고 하는 시마다를 야마다는 그를 쫓아낸다.

시마다 코조: 주인공 야마다 이웃 /출처: 네이버 영화

 

솔직히 이 부분을 보면서 와 뭔데 이렇게 염치가 없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몇분이 채 되지 않아 이 시마다라는 인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됐다.

새로운 삶을 위해 어촌 마을에 온 야마다는 첫 월급을 받기 전까지 굶주리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와중에 연락을 끊고 살았던 아버지의 부고소식도 갑작스레 찾아와 야마다는 방에 무기력하게 누워있는다. 야마다 집 옆 텃밭에서 일하고 있던 시마다가 그런 야마다를 발견하고 야마다에게 자신이 기른 야채를 나눠준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야채를 먹는 야마다.
시간이 지나 첫 월급을 받은 야마다는 갓 지은 밥에 사장에게 받은 오징어 젓갈을 먹게 된다. 간만에 제대로 된 밥을 먹는 그는 정말 행복해 보인다. 그런 야마다를 창 너머로 찾아온 시마다. 또 한번 수확한 야채를 야마다에게 건내며 다시 한번 목욕탕을 빌려달라고 한다. 이번에도 야마다는 망설이지만 막무가내로 들어오는 시마다를 끝까지 막지 못한다. 

첫 집밥을 먹는 야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이 밖에도 시마다는 끊임없이 야마다의 공간을 침범한다. 나는 이 말도 안되는 행동이 싫었다.

 

시마다는 선풍기를 쓰는 야마다에게 차라리 에어컨을 사지라는 말을 하고, 누워자는 야마다에게 누워자지 말고 거리낌없이 자신의 텃밭을 도와달라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목욕탕을 빌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맥주도 밥도 얻어 먹는 시마다의 모습과 투덜대며 제지하지 않는 야마다를 보면서 이상하게 점점 싫기 보단 위로가 됐다. 

 

시마다는 마치 야마다에게 신세를 지며 폐를 끼치는 것 같지만 사실 야마다에게 다른 무형의 것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그건 따뜻함이다. 야마다는 아버지와도 어머니와도 연이 없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시골에서 일을 한다. 그런 그와 시마다가 함께 밥을 먹고 시간을 보냄으로써 야마다의 외로움을 지워낸다. 이 모습은 시마다의 오지랖, 무례함, 일방적 착취가 아닌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따뜻함, 다정함이라고 볼 수 있다. 

 

조금도 손해보지 않으려는 삶이 만연한 세상에서 이 장면은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나는 언제부터 다른 사람에게 민폐끼치지 않으려고 했으며, 다른 사람이 민폐끼치는 것을 싫어하게 됐을까. 나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나를 몰아 세웠고, 그런 나를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며 민폐 끼치는 사람들을 재단했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 노력해도 서로가 서로에게 의도치 않게 민폐를 끼치게 되는 게 세상이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실수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사람을 극단으로 몰아 평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태도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장면에서 따뜻함, 관용을 느꼈고, 나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따뜻함과 관용을 베풀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반복되는 무의미한 삶]

야마다가 오징어 젓갈 공장에 취업을 한 첫 날 사장은 일은 어떤지 야마다에게 물어본다. 야마다는 짧게 괜찮다고 말하고, 사장은 그런 야마다에게 단조로운 일이 반복되는 일이라 바로 관두는 사람도 많은 곳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누구든 다시 시작할 기회는 있는 법이라고 덧붙여 말한다. 꾸준히 출근하는 야마다의 모습을 사장은 흐뭇하게 바라본다. 한달이 되었을 무렵 사장은 야마다에게 월급을 주며 하루 이틀만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며 그를 격려하고 젓갈도 나눠준다. 

 

이 대목에서 야마다가 시골에 오게 된 이유를 암시한다. 오징어 젓갈 사장은 그런 그를 배척하기 보다 지금의 모습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인물이다. 

 

야마다와 시마다는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늘어나며 친해지게 되고 야마다는 그런 시마다에게 연을 끊은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이야기 하게 된다. 4살 때 부모가 이혼해서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며 모르는 척 지나가려고 했던 야마다에게 시마다는 어떤 사람이었다 한들 없었던 사람으로 만들면 안된다는 말을 단호하게 한다.
그렇게 야마다는 아버지의 유골을 보관하고 있는 복지센터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수많은 무연고자의 유골을 보게 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야마다. 야마다는 아버지의 마지막을 궁금해하며 아버지의 유품인 휴대전화를 확인하게 되고 아버지가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었던 번호를 확인하게 된다. 새벽에 공중 전화로 가 해당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는데…

 

야마다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연이 끊어진 것과 부담되는 장례비용, 수습할 의무 또한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 마음 한켠엔 자신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시마다가 한 말이 의미심장했는데, 사실 시마다는 야마다의 아버지를 자신과 동일시하여 한 말이라는 것은 영화 후반부를 보면 분명해진다. 

 

다음날 일이 익숙해진 야마다에게 사장이 다가와 그렇게 하루 하루 성실하게 일하다 보면 다음 달이, 내년이, 5년이, 10년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사장에게 그것이 의미가 있을까 라는 말을 하는 야마다. 사장은 단호하게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의미는 10년을 경험해보지 않곤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매일 꾸준히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 의미를 알려면 그만큼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시간이 흐르고 야마다는 공장에서 현기증을 일으키고 바람을 쐬러 나온다. 그런 그에게 다가간 공장 사장. 야마다는 혼잣말 처럼 변변찮은 건 유전되는건가 라며 자신의 전과를 말하려고 한다. 하지만 사장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런 건 유전되지 않는다고 다음과 같이 단호히 말한다. 
지금 그만두지마. 일. 지금 관두면 다시 원점이야.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 채 계속 방황하게 되는거야. 그런 사람 수없이 봤어. 머리쓰지 말고 손을 써. 이건 사장 명령이야.

 

가장 많이 울었던 부분이었다. 매 순간 쉽게 포기하고 후회하는 삶을 살아왔던 나로썬 이 말이 너무 뼈저리게 다가왔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다가올 때마다 이 장면을 떠올리며 나를 다잡았던 것 같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온갖 합리화를 하는 나에게 머리말고 손을 써라는 말은 가장 필요한 말이었다.

 

살아오면서 많은 순간 자기합리화를 하며 살았다. 이건 이래서 별로고, 저건 저래서 별로라는 말을 많이 했다. 마치 최고의 순간, 최고의 행동, 최고의 장소 등이 존재한다고 믿었고 그것만을 취하기 위해 선택을 미루고 중도에 포기해왔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채 계속 방황했던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삶을 살던 나에게 다시 한 번 큰 깨달음을 준 부분이었다. 

 

결론

이상한 사람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에서는 묘비를 파는 부자, 남편을 잃은 미혼모 미나미도 비중있게 등장하고 시마다의 과거, 야마다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등 언급되지 않은 좋은 장면들이 많으니 직접 감상해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시마다한테 배운 무례함 / 출처: 네이버 영화
미나미 시오리와 딸 / 출처: 네이버 영화
미조구치 켄이치와 아들 /출처: 네이버 영화

 

언젠가

무기력하게 매일을 보내고 나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꾸역 꾸역 밥을 챙겨 먹는 내 자신을 한심하게 여겼을 때가 있었다.

이 영화는 그런 나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를 말할 수 있게 해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보는 당신 또한 끝이 안보이는 어두운 터널과도 같은 순간을 보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 끝은 도래할 것이고, 그 힘든 순간도 지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어두운 터널 속은 혼자가 아니다. 자신과 멀고 가까운 곳에서 당신을 찾는 사람이 존재할 거다. 

그러니까 어둠 속에서도 기꺼이 손을 내밀어 당신을 기다린 사람의 손을 잡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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